김삿갓 선생

금강산 구룡역에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을 만나셨지요?

구룡연 물의 깊이를 재는데

거들어 도와주셨지요?

 

구룡연 밑 들병장수한테 내려가

두 나그네

마른 목 축이셨지요?

 

하나는 온 산천 두서없이 노래하고

하나는 온 국토 면면히 밝히고자

각각 다른 길 떠나셨지요?

 

다시는 만나지 않으셨지요?

그러다가 어느 달밤

귀 먹먹햐셨지요?

지난달 구룡폭포 그 물소리에 먹먹하셨지요

 

김삿갓 선생

어찌 김삿갓이 당신 하나뿐이었겠어요

그 세상에

수많은 김삿갓들 떠도셨지요

 

그 이후의 시인들

그대들 너무 과장이 많아

너무 어리광이 많아

이 시대 벽두 바윗장 같은 아픔 네발로 기어 청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