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떠난 다음 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함께 알 수 없는

재베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기줄에 떼지어 앉아서 다수결을 정한 다음 날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떼가, 하늘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이윤학 : 충남 홍성 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0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서 <제비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