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한 도시를

칼질하여 뒤엎은 붕괴 더미 위에

가녀린 연필처럼 꽂힌 사람들,

그중에서

모르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 보았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영롱한 거울에서처럼

자신의 고통을

미지의 그 사람이

여실히 비춰주고 있었지요

돌아보니 그곳의 모든 이가

서로 그러했습니다

"가여워라 가여워라"고

들불처럼 활활 불타는 연민은

무섭고 기막혔지요

 

누구나

삶은 한 번뿐인데

그처럼 심각하게 깨닫고 연민하며

환난 중에 세례 받아 간절히 간절히

이웃을 측은하게 여긴 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하여

그분들 聖人되어

모두 천국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