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멀리서만 왔다하고

고향은 모른다

 

야삼경(夜三更)  오는 길에

개한테 들켰는지

옷자락엔 무수한 상혼이 감겼구나

 

계보(系譜)는 아얘 없고

단 하나, 아버지는

단비 꿈만 꾸다가

어디론지 떠났다고 했다

 

꽃과 나비가 헤여지는 사연은

결코 슬픈 사랑은 아니라면서

 

먼저 간 이들은

사랑이라도 움텃을까

 

어느날이

사강하는 길목을 돌아오면

소복하게 쌓인 이야기들을

제가끔 견주어 볼 대열(隊列)

 

멍든 얼룩은

살아온 작은 영광(榮光)이라 이름 지우고

그저 떠나야 한다면서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