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새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

돌아간다.

 

웬 꽃들이 풀들이 몰려와

하릴없이 잠시 히히덕거리다

돌아간다.

 

웬 사람들이 찾아와

길거리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간다.

 

산에서 들에서 마을에서

또는 알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곳에서.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가 이렇게

세상 속으로 돌아와 잠시 동안

앉았다 머물다 혹은 하릴없이 히히덕거리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모양새야 다르지만 하는 짓은 엇비슷한데

그러면 가는 곳은 어떨까

같을까, 다를까.

 

마음은 늘 숲이 되어 가지치고 늘어져도

단 한번 엿볼 수 없고 한 꺼풀도 벗길 수 없는

머나먼 정점.

 

【1972년 박목월, 이동주 선생 추천으로 문단 데뷔. 시집으로 `장마` `갈매기` `사람`등 다수가 있고

공저로 `글읽기에서 글쓰기`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