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너져

끝도 없는

진흙창을 헤매도

다그치지 말고

비판도 삼가고

그냥 넘겨 주십시오

웃음이 풀어져 히죽거리면

먼져 히죽거려주고

울음이 헤퍼져도

못 본 체해주시지요

그렇다고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골수에 묻은

어두운 눈물도 있고

내 속에서 끓이는

증오도 있습니다

그건 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작 두러운 건

에너지가 전부 죽음 쪽으로만

기우는 것입니다

제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면

그리 겁날 건 없지만

그곳에 이른

나의 여러 모습들이

나를 무습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