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 창너머

앙상한 겨울나무에

부러진 날짐승의 날개쭉지 같은

나뭇잎 하나

덜덜거리는 겨울 아침

매운 찬바람이 무정스럽다

 

다 어디로 갔을까

그 화려하고 넘쳐나던 삶들이

 

영글어서 툭툭 소리도 알차게

떨어지던 열매들

울긋 불긋 한껏 치장하고

뽐내던 나뭇잎들,

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은 하늘로 와서

온몸을 불 태우고

가을은 긴 여행을 떠날 준비로

부산스럽게 채우고 또 채우더니

남은 것은 병든 나뭇잎 하나!

칼날 같은 겨울바람이 부는 날

너도 가겠지

 

땅속에 가만히 잠자고 있던

봄이 고개 내밀면

그때 오려나...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