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기(晩景期)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가려도

숨 가쁜 오르막이라

한 번씩 신열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주체할 수 없는 내가

여자로서 도저(到底)한 강을 건너야 한다

 

남편과 자식들로 들어찾던 마음자리

썰물 져 빠져나간 텅 빈 갯벌같이

저어새 한 마리 되어 점점이 찍힌

내 발자국 내려다보아야 한다

 

묵묵히

발치 끝만 바라보며 디뎌 온 자국이

무수히 피고 진 꽃잎같이 흔적은 묻혀 가는데

 

젊다는 이유로 치기(稚氣)를 부릴 수도 없고

무르익은 모과처럼 그윽하게 나이 듦도 어려워서

바지랑대 사이 두고

바람결에 너울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