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심한 바람

나는 물 위로 날아가는 힌 새

나는 수평선

나는 기슭에 닿지 못할 파도

나는 모래 위에 밀어올라진 텅 빈 조개껍질

나는 지붕없는 오막살이를 비추는 달빛

나는 언덕 위 헐린 무덤 속에서 잊혀가는 사자

나는 들통에 손수 물을 나르는 늙은 사나이

나는 텅 빈 공간을 스쳐가는 광선

나는 우주 밖으로 흘러가는

작아지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