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옆 뉘어놓은 나무토막 위에

어떤 아저씨가 앉아서 쉬고 있다.

나는 목례를 하며 지나친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사람은 없고

그 나무토막 자리만 환하고 고요하다.

 

(아까는 사람만 보았던 것이다)

 

매운 겨울 오후의 햇살이

낙목(落木) 숲을 비추는 맑은 날,

문득 환하고 고요한 나무토막 자리여

앉기 전에 벌써 나는 녹는다

그 자리에 녹고 앉고 싶은 마음에

녹는다, 그 동안 나는

앉아 있고 싶지 않은 자리에, 아,

너무 오래 앉아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