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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시모음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글수 283
봄에 온 철새들은
봄 한철 제 목청껏 운다
새에게 울음은
짝짓고 새끼 기르는 데 불가분 관련이 깊겠거니
그처럼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어디 있으랴
비바람 숭숭한 둥지 하나 틀어놓고
사랑한다, 내 아이를 낳아줘, 여기는 내 처와 내 새끼들이 사는 곳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 외치는 일
뜨겁거나 아주 차갑거나
이불 같거나 가시 같은 그것이 피륙으로 짜여
울음은 봄날을 꽃빛으로 혹은 핏빛으로 물들이기도 하는 것인데
여름 깊으면
그렇게는 요란스럽게 울지 않는다
열병 같은 한 고비 넘겨서였겠거니
그렇다고 새가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곡만이 울음이 아니듯이
어느 가파른 곳에 이르렀거나 급한 굽이에서
암중모색 흐느끼는 울음도 있으려니
적금 하나 허물고
보험 하나 해지하여 아이들에게
서울 가까운 곳에 새 둥지 같은 원룸 하나 구해주고 돌아온 날
오랜만에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 다녀와서
밤늦게 소주를 마시며
적시는 눈물 같은 것으로
새의 울음도
짙은 녹음 빛깔로 고요히 깊어지기도 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