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emo2 <메뉴/>

좋은 글과 시모음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글수 283
권현형 시인의 네 살배기 진이
마루 끝에 올라앉은 햇살을 밀어내며
할머니 하루가 왜 이리 기나
강원도 사투리로 푸념을 하였다는데
진아
네 따뜻한 무릎 아래서 가르릉 거리는 그 하루가
꼭 약삭빠른 고양이 같아
네 붉은 뺨의 단물을 다 핥아 먹고 나면
언제 꼬리를 감출지 모른단다
후딱 담장을 뛰어넘어
저 어두운 골목 끝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 하루를 기다리며
밤늦도록 불을 끄지 못하지
가버린 하루를 찾기 위해 전화를 하고
종일릉 헤매고 다니기도 하지
길을 가다가 자꾸 뒤돌아보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단다
돌아오지 않는 그 하루도 우리를 아주 잊지는 못하는지
네 엄마의 빈 원고지 속이나
외할머니의 아픈 등허리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잖니
하루가 빠져나간 속이 허하다고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밤참을 먹고 소리를 지르고
그렇게 또 하루를, 하루하루를 보낸단다
지금 네 곁에서 너와 놀고 싶어 하는 그 하루
당기지도 밀지도 말고 그냥 친하게 지내려무나
단! 하루가 얼마나 슬프고 애틋한 이름인지 말해 주기엔
진아
하루가 왜 이리 짧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