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내 깃발은 찢기고

더 이상 나는 청춘이 아니다.

내 방황 속에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한 번 흘러간 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다.

내 어찌 살아온 세월을 거슬러 올라

여길 다시 찾아올 수 있으랴

 

- 쉽게 스러지는 가을 석양 탓이다

- 잃어버린 지도 탓이다

 

얼비치는 벗은 나무들의 그림자를 안고 흐르는

계곡의 물이여,

여긴 어딘가, 내 새로 발디디는 곳

암암히...... 황혼이 지는 곳.

 

- 서편 하늘에 풀씨처럼 흩어져 불타는 새들,

- 어둠에 멱살 잡혀가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