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내게 황세기젓 같은 꽃을 다오

곤쟁이젓 같은, 꼴뚜기젓 같은

사랑을 다오

젊음은 필요없으니

어둠 속의 늙은이 뼈다귀빛

꿈을 다오

그해 그대 찾아 헤맸던

산밑 기운 마을

뻐꾸기 울음 같은 길

다시는 마음  찢으며 가지 않으리

내게 다만 한 마리 황폐한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어디에 나는


풀벌레 소리 높아진 무렵

흰 옥잠화 , 참취,까실쑥부쟁이꽃

노란 고들빼기, 짚신나물꽃

보라 벌개미취, 방아꽃

붉은 여뀌, 쥐손이풀,울타리콩꽃

이제 끝물 꽃마저 떨어지면

가을 더 짙어지고

덧없이 떠나간 사람 목소리 또렷해

잠 못 들겠지


이 빠져 입술 오물거리는 꽃잎을 보며

비어 웅크린 매미 허물 주우며

멍든 이파리 푸서리를 기웃거리며

그리움의 뼛가루 어디에 흩을까

저물도록 머무는 이 시간


어디에 

어디에

그 어디에


나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