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

 

 

 입과 눈은 '문'이 있단다.  입술과 눈꺼풀이다. 가려서 보고 말하게 하는 문이다. ' 귀는 /문없이/ 산다'.

대신 거름 장치인 '체 하나'를 '귀와 귀 사이'에 떡 '걸어놓고' '들어 오는 말을 걸러내'며 산다.

현명하다 지혜롭다 '체'는 머리, 곧 '생각' 이다. 분별력 가진 생각을 말한다. '문'  '체' 같은 맛깔스러운 비유로 인체가 더 멋스러워 보인다.

세상에 말 공해가 자욱하다. 소란하고 혼란스럽다. 거름 장치인 체를 제대로 작동시켜 좋지 않은 말은 출입을 막으라는 것이다.

하지도 듣지도 말라는 것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옛 시조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말을 않고 살 수는 없다. 하되 머무는 맘 없는 청정한 말함이었으면,진실한 말은 생을 싱그럽게 한다.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동시 (박두순 동시작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