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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한 잔 //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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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805 | 2016-10-22 |
꿈통에 대못을 박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했다 나의 이 굳은 결의 앞에 기억의 스크린이 책장처럼 넘어간다 스크린 한 토막 뚝, 잘라내어 가슴의 가마솥에 넣고 천천히 끓인다 허름한 삶 한 자락이 조청처럼 졸아들어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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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어요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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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34 | 2016-10-22 |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래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따뜻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귓전에서 속삭임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 꿈속의 재회가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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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비 내리듯 // 베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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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868 | 2016-08-30 |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이 슬픔이 무엇일까? 속삭이는 비 소리는 대지 위에, 지붕 위에! 울적한 이 가슴에는 아, 비 내리는 노래 소리여! 역겨운 내 맘속에 까닭없이 눈물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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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줘요 // 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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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85 | 2016-08-30 |
날 기억해줘요 나 가고 없을 때 머나먼 침묵의 나라로 나 영영 가버렸을 때 당신이 더이상 내 손을 잡지 못하고 나 되돌아가려다 다시 돌아서 버리는 그때에 날 기억해줘요 당신이 짜냈던 우리들 앞날의 계획을 날마다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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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 속에 // 다우첸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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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2174 | 2016-08-30 |
그대 눈 속에 나를 쉬게 해주세요 그대 눈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 그대 검은 눈동자 속에 살고 싶어요 그대 눈동자는 아늑한 밤과 같은 평온 지상의 어두운 지평선을 떠나 단지 한 발자국이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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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그 집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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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22 | 2016-07-19 |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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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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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51 | 2016-07-19 |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으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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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외 탑 // 이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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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2213 | 2016-07-15 |
무제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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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외 행복 //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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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94 | 2016-07-14 |
청마 유치환 (1908~1967) 통영에서 8남매 중에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극작가 유치진이 그의 형이다 23세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으나 문학청년과 어울려 술만 마셔 그의 아내는 신학공부를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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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여 흐르다가 외 1 //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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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98 | 2016-07-13 |
사랑이여 흐르다가 물처럼 흐르다가 여울이 되어 소리도 내며 흐르다가 파도가 되어 몸살처럼 부딪다가 사랑이여 물처럼 거침없이 흐르다가 맑고 곱게 흐르다가 때로는 얼음처럼 꽁꽁 막히다가 다시터져 속시원히 터져서 흐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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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月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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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2020 | 2016-07-06 |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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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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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803 | 2016-07-06 |
뿔 여린 사슴의 무리 신화같이 살아온 산 서그럭 흔들리는 몸을 다시 가눈 곳에 이 고장 마음색 띠고 도라지꽃 피는가 신음과 기도 위로 선지피 뚝뚝 듣던 산 이대로 이울고 말 목숨인가 말이 없이 먼 하늘 머리에 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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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 외 앵두 //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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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69 | 2016-07-06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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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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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846 | 2016-03-02 |
... 서른 일곱이란 아무래도 그런 나이인것 같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던 중이라도, 조금만 엑셀를 더 밟으면 레이스에서 곧 1등을 할 것만 같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잠시 차를 갓길에 멈추고 시동을 끄고 차 주위를 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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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닦으며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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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763 | 2016-02-02 |
누군가 그리운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있어 천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만든 유리가 끼워있어 솔바람 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 보다도 더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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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신영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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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782 | 2016-01-27 |
`삶` 사람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삶`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사람의 준말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경영하는 일의 70%가 사람과의 일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좋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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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신영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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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2019 | 2016-01-27 |
우리를 절망케 하는 것은 거듭되는 곤경이 아니라 거듭 거듭 곤경을 당하면서도 끝내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어리석음은 반복입니다. 그러나 거듭되는 곤경이 비록 우리들이 이루어 놓은 달성(達成)을 무너 뜨린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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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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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791 | 2016-01-26 |
늦게 들어오는 장성한 아이를 근심하는 밤의 바람 소리 댓잎 같은 어버이의 정이 흐느낀다 자식이 원술까, 그럴 리야 못난 것이 못난 것이 늙을 수록 잔정만 붙어서 못난 것이 못난 것이 어버이 구실을 하느라고 귀를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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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호주머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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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792 | 2016-01-26 |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개 갑북갑북 가슴 1 소리없는 북 답답하면 주먹으로 뚜드려 보오. 그래 봐도 후―― 가―는 한숨보다 못하오. 가슴 2 늦은 가을 쓰르래미 숲에 싸여 공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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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이용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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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 1995 | 2015-12-18 |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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