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개 갑북갑북

 

가슴 1

 

 소리없는 북
답답하면 주먹으로
뚜드려 보오.

 

그래 봐도
후――
가―는 한숨보다 못하오.

 

      가슴 2

 

늦은 가을 쓰르래미
숲에 싸여 공포에 떨고,

 

웃음 웃는 흰 달 생각이
도망가오.

  

    가슴 3

 

불꺼진 화독을
안고 도는 겨울밤은 깊었다.

 

재만 남은 가슴이
문풍지 소리에 떤다.

 

빨래

 

   빨랫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칠월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황혼

 

 햇살은 미닫이 틈으로
길죽한 일자를 쓰고……지우고……

 

까마귀떼 지붕 위로
둘, 둘, 셋, 넷, 자꾸 날아지난다.
쑥쑥, 꿈틀꿈틀 북쪽 하늘로,

 

내사 …………
북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