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 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앵두 -
 
  아침에 본 얼굴 저녁에 보고
  어제본 얼굴이 오늘도 그 얼굴
  내일도 또 봐야 하는 얼굴

  사흘만 없으면
  아침에 한 전화 저녁에 하고
  어제 한 전화가 오늘도 그 전화
  사흘 내내 전화하는 얼굴

  있으면 지겹고 없으면 아쉬운
  이래저래 두통거리 그러다
  정들면 손깎지 끼고 마주앉아
  앵두처럼 바라볼 얼굴 
 

 


오규원 시인은 마지막 임종 때에도 제자의 손바닥에 싯귀를 남긴 시사에 길이 남을 시인이다 


  " 한적한 오후다 / 불타는 오후다 /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