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

      2021.3.21 서울주보  

                                   김상수 요셉// 야구선수


     작년 8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제 인생의 길잡이셨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것도 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야구 선수였던 아버지께서 유니폼을 입으신 모습이 어린 제게는 무척 멋져 보였고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야구 글러브를 장난감 삼아서 놀던 제가 야구를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포지션도 아버지를 따라 유격수로 정했습니다. 야구를 하면서도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야구가 잘 안 풀릴 때면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했고 그러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간암 수술을 하시고 회복되시나 했더니, 암이 전이되어 재발했습니다. 아버지의 투병 중 저는 어떻게든 한 경기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도 부상으로 힘들때였지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야구선수 아들'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생도 마침 본인이 좋아하던 음악 활동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해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역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노래하는 아들'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저희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셨고, 그 때문인지 의사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 버텨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삶의 마지막을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내셨는데, 지켜보던 저와 어머니가 감탄할 정도로 평화롭게 떠날 준비를 하셨습니다. 저는 다행이도 아버지의 마지막 며칠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시즌 중이었지만 저가 컨디션이 좋지않아 4~5일 쉬는 시간이 있었고, 덕분에 선종하시는 날은 제가 아버지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날이었습니다. 왜 진작 시간을 내서 더 오래 같이 있어 드리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모든 일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던 것같아 감사합니다. 마침 근육에 문제가 생겨서 휴식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버지 옆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태고 어쩌면 임종도 지킬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아버지의 장례미사 역시 제게 아주 감동적이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신부님께서 공동으로 집전해 주시는 미사에, 정말 많은 신자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례미사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해 계속해서 위령기도를 바쳐주시고, 어머니와 저의 형제를 위로해 주시며 슬픔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아버지께서 제게 직접 표현하지 않으셨던 마음을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전해들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새삼 느꼈습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다보니 본당 활동을 하지않아 공동체적인 신앙생활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었는데, 아버지의 장례미사를 통해 제가 신앙공동체에 속해있다는 기쁨과 위안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가시는 길에서조차 저에게 신앙의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모든 감사와 경험은 제가 더 열심히 살고, 더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