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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글수 115
서울 주보 // 2021.9.12
말씀의 이삭
송희준 아델라 // 배우
성당에서 기도했던 그 날 이후 저는 수녀님의 안내로 예비 신자가 되었고, 어느 가을 아델라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고 작은 쪽배를 넓은 바다에 띄웠습니다. 저는 이제 아델라로서 매일 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 또 한 번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침대에 누워 눈 감으며, 영원하지 않은 것들과 영원한 것들에 대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는 삶이 제대로 발을 딛지 못하는 것 같을 때엔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또 한없이 부풀어 오르며 들뜨는 것 같을 때엔 정신없이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제 마음의 추를 계속해서 더하고 덜어내며 원점으로 돌려놓는 힘이 됩니다. 미약한 신앙의 새내기이지만, 기도 안에 머물 때면 나와 세상과 사랑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미움이나 원망이 아닌 사랑으로 어떻게 삶을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해 주십니다.
신자가 아니었던 학생 때에도 낯선 땅으로 여행을 떠나면 성당을 찾아가 보곤 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설 때면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스며드는 빛의 조각들과 그 고요함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하얀 미사보 속에 마련한 작은 방에서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서로 다정히 손을 맛잡은 채 머물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성당이라는 공간은 제게 조용하고 단정한, 슬픔과 기쁨에 찬 생명력이 동시에 머금어진, 복합적인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믿음이 없던 때의 저는 성당의 공간이 주는 이 고요한 아름다움에 이끌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그 안의 일부가 되어 미사를 드릴 구 있습니다.
홀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사랑하는 소중한 저의 대모님을 만나게 된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홀로 시작한 신앙의 쉽게 접혀 버리진 않을까 걱정하고 들여다봐 주시며 가까이서 함께해 주십니다. 더욱더 이제는 제가 혼자가 아님을 대모님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지나온 제 마음들을 돌이켜보면, 신앙은 의구심이 없고 믿음에 흔들림이 없이 강건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내 자신이 작고 연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영원한 것이 무엇일지 계속해서 보고 듣고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에게 신앙이란, 제 믿음의 작은 쪽배와 이 여정에 함께하는 여러 돛단배들을 조금의 아낌도 없이 사랑하고 지켜가며 떠나는 긴 항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