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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나에게는 오랜 화두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못` 입니다
어린 시절 교리 시간에 수녀님에게서 망치로 박는 못과 그 못 자국으로 죄와 벌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랐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못이 떠올라 한 편의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평생 `못만 천착하는 시인` 이 되어 버렸습니다. 얼마 전 100편을 담은 시 전집을 펴낸 적이 있었는데
100가지의 못 자국을 담은 내 삶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자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 고백성사 - 전문
이 시는 <못에 대한 명상> 연작시 중 첫 작품입니다
자신의 성찰과 참회를 통해 신성사적인 측면에 접근을 시도한 보잘것없는 작품입니다
하느님 앞에 죄지은 자로서 인간이 고해하는 순간에도 그 원죄는 말끔히 씻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긴적인 속죄와 참회는 또 다른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게 한다는 뜻입니다
한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점성술사인 어느 왕이 자기 별을 읽고서는 곧 재앙이 닥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단단한 바위로 집을 짓고 바깥에는 보초까지 세워두었습니다 그래도 햇볕이 여전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왕은 액운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창문까지 봉쇄했습니다
왕은 스스로 죄수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문을 막아 버렸기 때문에 왕은 죽어버렸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못 박힌 그는 또 다른 자신의
캄캄한 별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못에는 죄와 벌의 못이 있고 한 시대를 저항하다 처형당한 역사의 못이 있고 지나치게 경도된 좌 ' 우파의
사회적인 못들이 있습니다 이 못들의 고통은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못 박고 못 빼는 일은 인간사으이 일만은 아닙니다 예수님처럼 `스스로에게 박힌 못`은 부활을 통한
`신성사(神聖事)의 재현`이기 때문입니다
김종철 아우구스티노
시인,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