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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서울 북쪽 산 밑에 가난한 사람들의 오래된 마을이 있다. 가난은 설화(說話)처럼 그 마을에 전송되고 있다
건물주도 세입자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재개발에 대한 이해가 정반대로 부딪쳐서 사압은 어려워 보인다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따라서 `불량주택`이라는 행정 명칭이 붙읕 집들이 벽을 부비면서 잇닿아 있다
염화칼슘과 소화기를 보관하는 집에는 표시판이 붙어있고, 연탄재,드링크 병, 소주병이 쓰레기장에 쌓여 있다
동네 아래 작은 시장에 생닭을 파는 가게가 있다 몸통에서 잘라낸 닭발을 따로 팔고 있다
저녁에 알터에서 돌아오는 여자가 이 가게에서 닭발을 사서 산동네로 올라 갔다
닭발은 1㎏짜리 포장(약40개)이 5천원인데 낱개로는 150원이다 주인에게 물어보니까, 그 여자는 가게에
올 때마다 몸통은 사지 않고 닭발만 스무 개씩 산다고 한다. 닭발을 쪄서 무쳐 먹기도 하고 마늘을 넣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닭 발바닥은 살았을 때 고생을 많이 한 부위이다. 싸울 때 상대를 할퀴고
먹이를 찾을 때에는 땅바닥을 헤집는다. 그래서 그 발바닥의 굳은살은 씹는 맛이 튼실하다고 가게 주인은 설명해주었다
그 여자가 닭발 봉지를 들고 올라가는 비탈길 옆 `불량주택` 처마 밑에 마을 사람들이 꽃을 키우고 있었다
페타이어나 드럼통, 플라스틱 함지박이나 폐목을 얼기설기 짜 맞춘 화분에 맨드라미, 과꽃, 봉숭아, 꽈리,
조롱박을 심었고, 상추, 고추, 대파, 부추 같은 식용작물을 심은 집도 있었다
식용작물도 푸르게 빛나서 화초나 다름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 뼘의 땅이나 틈새에도 기어이 꽃을 심어 놓았다
폐타이어에서 올라온 조롬박 넝쿨이 노란불이 켜진 창문으로 기어 올랐고 방안에서 저녁을 먹는 아이들이
무어라 지껄이고 있었다 숟가락이 냄비를 긁는 소리도 들렸다 닭발 봉지를 든 여자의 마을이 거의 끝나가는
산동네 꼭대기 쪽으로 올라갔고, 나는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곶감 빼먹듯이 내 인생의 하루는 또 저물어서 사라졌다. 그 여자는 닭발을 끓여서 아이들을 먹이고 있을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일산)의 짬뽕 값은 지난 6개월 사이에 양극화 되었다 6천 원짜리 짬뽕은 없어졌고
8~9천 원짜리 짬뽕과 3천 원짜리 짬뽕으로 갈라졌다
8~9천 원짜리에는 주꾸미와 백합조개,새우,오징어가 몇 점 더 들어갔고 3천 워짜리에는 국수와 야체에
조개 몇 점이 들어 있었다. 비싼 짬뽕이나 싼 짬뽕이나 국물 맛은 같았다재료를 우려낸 국물이 아니라 가루를
뿌려서 만든 국물 같았다. 그 맛은 사람을 찌를 듯이 달려들고 조급하고 사나웠다
나는 짬뽕값이 3천 원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전에는 2천7백 원짜리 짬뽕이
등장했다. 밤새 아르바이트를 한 젊은이들과 술취한 사내들, 야근을 마친 사내들이 새벽 짬뽕 집에 와서
그 거친 국물을 후룩후룩 마셨다 아직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은 8~9천 원짜리 짬뽕을 먹고,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2천7백 원짜리 짬뽕을 먹으면서 다들 견디고 있었다 새벽의 사내들은 국물을 많이 들이켰다
주인은 일회용 컵에 짬뽕 굴물을 리필해 주었다 사내들은 카아, 탄식을 쏟아내며 리필 국물을 마시고 나서
교통 체증이 시작되는 아침거리로 나갔다 저녁때 TV를 보니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이 시장 저 시장을
찾아다니며 어물전에서 고등어를 TV카메라 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환이 웃고 있었다
- 서울주보 2012년 6월 3일 특별기고 김훈 아우구스티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