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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6월 첫째 주부터 6개월간 파견근무 가려던 남수단 국경지대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쌍방의 생명줄인 유전 관리권이 걸려 있어 수단과의 충돌이 조용히 가라앉을지 전면적으로 확산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 때문에 파견근무 출발일이 8월 초로 연기되었다 . 덕분에 선물처럼 두 달이란 시간이 생겼으니 그동안 밀린 책도 읽고
산으로 들로 섬으로 다니면서 야영도 실컷 해야지 마음먹고 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설악산 마등령에서 공룡능선, 희운각을 거쳐 천불동 계곡까지 1박 2일 산행을 했다
하루 종일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깊은 계곡 등 설악의 절경에 탄성을 지르느라 목이 다 쉴 지경이었다 첫날, 해가 뉘엿뉘엿할 쯤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마침 보름이라 사방이 야간 라이트를 몽땅 켠 야구장처럼 눈부시게 밝았다. 달빛이 매우 좋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따끈한 차 한 잔 가지고 나와 고개를 젖혀가며 늦도록 달 구경을 했다
둥근 달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 이런 기도 저런 기도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달이 저렇게 밝아도 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라 태양 빛이 반사되어야 만 빛날 수 있다던데. 그러면 태양과 떨어지는 그 순간, 저 찬란한 보름달도 그저 커다란
돌덩이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나서 혹은 뭘 잘해서가 아니라 태양과 같은 하느님이
돌덩이에 불과한 우리를 보름달처럼 빛나게 하는거다. 그러니 우리도 기도와 성경 읽기를 통해 어떻게든 하느님과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환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 테니까.
다음날 아침,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면서도 내내 이 생긱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산에서 내려와 하루 묵기로 한 속초 친구네 집으로 갔다. 그날 오후까지 급하게 보내야 하는 원고가 있어서 이야기꽃을 피우기
전에 친구 노크북 컴퓨터부터 빌려 쓰기로 했다. 친구는 마침 한 달 전에 최신형을 샀다며 컴퓨터 자랑을 늘어지게 하더니만
갑자기 당황해하며 컴퓨터 전원코드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는 거다. 아니, 뭐라고!!! 그 노트북이 초경량에 모양과 색갈도 예쁘고
성능도 매우 뛰어나면 뭘 하나 바탕화면에 최신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사진들이 깔려 있으면 또 뭘하나, 전원코드가 없으니
모든 것이 무용지물인 것을.
한 순간, 어제 본 보름달처럼 컴퓨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가 없으면 아무리 성능 좋은 노트북도 한갓 쇳덩이에 불과하다
전원에 연결돼야 컴퓨터가 작동하듯, 하느님의 아들딸인 우리는 기도와 성경 읽기로 하느님과 이어져 있을 때야 비로서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는거다. 그래서 주님은 이렇게 말하셨나 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나무가지로다......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요한 15.5)
나의 주님은 설악산의 보름달과 속초 친구의 컴퓨터를 통해 내게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새삼 깨우쳐 주셨다.
- - 한비야 비야 / UN자문위원. 이대 초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