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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3년 전에 한참 고통스러웠을 때 저는 성모병원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는 성경책을 꺼내 들고 위로가 될 수 있는
한 구절을 발견하게 해 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성경책을 펼쳤는데 눈에 들어온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이 말씀은 주님께서 승천하기 직전에 지상에 있는 우리들에게 남긴 `그리스도 최후의 유언(遺言` 입니다 이 구절을
발견했을 때 저는 주님의 육성을 들은 듯하여 순간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힘이 솟구쳤습니다
주님께서 마지막 유언으로 저와 함께 계시겠다고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그 약속을 강조하기
위하여 보라!란 감탄사까지 사용하셨습니다
보라! 보아라! 인호야, 절대로 무서워 하지 마라 내가 이 예수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맹세하지 않느냐 두고 보아라
내 말에는 틀림이 없다
`천지가 없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내 말은 일 점 일 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 질 것이다`(마태 5.18)
오래전에 이런 우화를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 사람이 죽어 주님을 만났습니다 주님과 함께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자신의 발자국 옆에 나란히 걸어간 발자국을 발견한 그 사람은 주님께 물었습니다
" 저 발자국은 누구의 발자국인가요?"
" 내 발자국이란다"
그 사람은 어느 순간에 주님의 발자국이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헤아려보니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때였습니다 그는 투덜거렸습니다
" 어째서 주님은 제가 불행할 때는 도망치셨습니까?" 그러자 주님은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업고 걸었단다 그래서 발자국이 하나뿐이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주님은 저와 함께 나란히 걷고 계신 걸까요 이 인생의 순례길에서 주님은 제 옆에서 동반자가
되어 우화의 내용처럼 때로는 함께 걷고 때로는 업으며 동행하고 계신 걸까요 부활하신 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옆에
`다가서서 나란히 걸어가셨던 (루가 24.15) 주님처럼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의 풍경은 너무나 생생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한데 제가 가슴 아픈 것은 누군지 못 알아본 두 제자에게 일일이 성서를 설명을 해주시고 뜨겁게 감동을 주셨으면서도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루가 24.28) 보였다는 구절입니다
주님은 도대체 어디로 더 멀리 가시려고 했던 것일까요 그 늦은 시간에, 저녁밥도 못 먹은, 노숙자처럼, 만약 제자들이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우리와 함께 묵으십시오`하고 주님을 붙들지 않았다면 온종일 함께 걷던 그 사람이 주님인지
전혀 몰랐던 두 제자가 마침내 눈이 열려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본 엠마오고, 빵이고,
밤길이고 다 때려치우고 뜨거운 감동을 안고 단숨에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간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까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눈오는 날 숲가에 서서`란 절창의 시를 노래했습니다
" 이 숲의 주인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러나 그 집은 망르에 있어
내가 멈쳐 서서 자기 숲에
쌓이는 눈을 바라봄을 그는 모르리라
------- 중략 -----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잠들기 전에 서둘러 가야할 먼 길을 떠나려 하는 것은 세상 끝날까지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직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는`(루가 24.16) 눈뜬장님인 저를 찾아오고 계시기 때문 일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