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의 비밀을 발견한 것은 최근에 우연히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을 다시 읽은 후였습니다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는 책은 읽을 때마다 감동을 불러일으키는지 지금껏 수차례 읽었음에도 새로운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소화 대래사는 널리 알려진 데로 15살에 가르멜수도회에 들어가 24살에 선종함으로써 10년도 못 되는 짧은 수도원 생활을 한 새내기

성녀입니다. 수많은 성인들이 대부분 그러하였듯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새로운 수도회를 창립하거나 순교를 하거나 성덕을 이

루기 위해서 초인적인 신앙을 증거한 것이 아니라 봉쇄수도원에서 기도를 하고 마룻바닥을 닦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생활에 전념하였던 수도자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성녀가 되기를 꿈꾸었던 데레사는 `구름을 찌르는 높은 산`과  같은 성인들에 비하면 사람들의 발아래 짓밟히는 `작은 모래알`과

같은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하였습니다. 그러나, 데레사는`하느님께서는 이루지 못할 원을 내게 일으키게 하진 못 하실 것이다`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그 길을 가르켜달라고 기도하고 성서를 찾아보았을 때 이 구절이 눈에 띄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서에는 `누가 만일 아주 작은 자이거든 내게로 오라`(잠언 9.4)고 하시는 `영원한 지혜`의 입에서 나온 말씀이 있었습니다"\

 

성녀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순수한 사랑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행동이 하느님의 눈에 가장 가치있는 일이며, 다른 사업을 모두 한데 모은

것보다도 교회에 유익하다" (영혼의 노래)라는 말에 용기를 얻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작은 일`이야말로 자신이 해야할 일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아주 소소하고 그러니까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늘 하나를 주울 때에도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주우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영혼 하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당신의 사랑을 증거하는데 조그만 희생하나 눈길 한 가닥, 말 한마디도 놓치지않고 아주

작은 것도 이용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성인의길`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성녀 소화 데레사가 발견한

`겨자씨`의 비밀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믿음은 베드로의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자기도 모르고 한 말`(루가 9.33)처럼 `스스로 나팔 부는 위선`(마태 6.2)이거나 `되풀이 되는

빈말`(마태 6.7)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애매한 믿음이야말로 주님께서 꾸짖는 `약한 믿음`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신 것은

46년이나 걸린 솔로몬의 거대한 성전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성전)을 아끼는 사랑의 열정`(요한 2.17)입니다  주님은 심지어 돈과 권력과

궤변으로 얼룩진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다시 세우겠다`라고 질타하지 않습니까

 

주님을 향한 사랑의 열정은 우리들의 수도원인 가정 속에서부터 타올라야 합니다. 우리들의 가정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기

위해 겨자씨와 같은 작은 희생과 헌신과 양보와 인내들이 불꽃처럼 부딪치는 올코트 프레싱의 격전장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이 `작은 길`을

끝까지 달려가 작은 모래알이 되어 자신이 원했던 데로 `목슴이 다하는 날 빈손으로 주님께 나아감`으로써 우리들에게 `장미의 꽃비`를 뿌리는 가토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수호성인이 되었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말했습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길은 이 층에 간 어머니를 찾아 우는 아이처럼 하면 된다"

 

우는 아기 데레사가 성녀가 되었다면 감히 우리도 성덕을 향한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 때도 데레사처럼 사랑으로 하고. 자식들을 아기 예수처럼 대하고 아내를 성모처럼 공경하고, 남편을 주님을 대하듯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우리의 가정은 성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만 권을 읽은 책의 내용이 겨자씨와 같은 이발의 머릿속에 깃들수 있듯이 이러한 겨자씨의 믿음이야말로

수미산을 움직이고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 수 있는 거대한 숲을 이루는 하늘나라의 열쇠인 것입니다

 

 ----- 최인호 베드로 //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