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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동산 기슭에 앉아 묵주 기도를 바치며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이합니다
30여 연의 습관이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코끝이 얼얼해지는 쌀쌀한 이른 아침 공기가 제 마음과 머리를 세수시키는 듯합니다
곱게 단장시킨 나뭇잎을 하나 둘 떠나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어떤 나무는 감탄할
정도로 곱게 물든 나뭇잎을 모두 땅으로 돌려보내고 정갈하게 하늘아래 서 있고, 어떤 나무는 아직 무슨 미련이 그리 많은지 많은 나뭇잎을
매단 채 조금은 어지럽고 추례하게 서성입니다
빈손으로 세상에 태어나 이런 저런 물질들을 취하며 살아갑니다 편리함을 쫒느라 정신이 버거울 정도로 물질에 둘러싸여 살아온 날들을
돌아봅니다. 오늘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물질을, 편리를 신처럼 떠받들고 살기에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인간의 갈망은
언제나 행복을 찾지만 늘 허기진 듯 더 많은 물질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마치 물에 녹아드는 설탕처럼 그렇게 편리와 물질이 오늘의
세상과 교회와 우리 가정과 내 안에 스며들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무질서하고 추한 미련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롭게 하느님의 나라를 갈망하라는 초대를 받는 대림 주일을 맞으면서 주님의 간절한 호소를 새깁니다
"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미 없다`하고 네가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권한다 나에게서 불로 정련된 금을 사서 부자가 되고 흰 옷을 사 입어 너의 수치스런 알몸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는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열성을 다하고 회개하여라 보라,
내가 문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묵시 3.17-20)
물질과 정신이 하나일 수 없음을, 편리와 불편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을 되새깁니다. 예수님은 태어나 금 구유에 눕지 않으시고,
말구유에 누웠습니다. 내 마음이, 우리 가정이,교회와 세상이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 안고 부유를 서로 나누는 자리가 바로 예수님이 오시는
자리임을 배웁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늘 체험하는 것은 편리함을 멀리하고 절제와 극기를 친구로 삼아 생활할 때 만큼은 정신이 맑아지고 자연 안에, 사물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숨결을 느낀다는 겁니다
맑아진 눈과 귀로 내 마음과 정신의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을 모셔드리기 위해 편리의 옷을 조금 더 벗어 놓고 절제와 불편함을 받아들이
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드맑게 깨인 정신으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 안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 하신 마리아처럼 성령께서 내 안에서 마음껏 활동하시는 복된 나날이 될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박대성 바오로 // 한국화가
2012년 12월2일 말씀의 이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