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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고해소에 들어와 좀체 입을 열지 않는 할머니에게 신부님이 "지은 죄를 고하시오" 하며 채근하자 그분은 긴 한숨을 쉬며
"그저 사는게 다 죄지요" 했답니다
우리는 때때로 살아 있는 죄, 나이 먹은 죄, 여자 된 죄, 부모 된 죄 등의 무력한 탄식으로 억울함이나 부끄러움, 분노와 슬픔을
달래기도 하지요. 우리들의 생존이 남의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살아가기 위해 남의 생명을 취할 수밖에 없는 데 따르는
원초적 죄의식 즉,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죄에 대한 감수성이 바로 종교김의 발원이 아닐까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얼마전 공판정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영화나 소설속에서가 아닌 실제 재판 과정을 보는 일은 처음이었는데, 그것은 제게
혼란스럽고 어두운 인간의 삶과 사회의 한 면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공판정에 나온 피의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폭력, 절도 등으로 통산 19년을 교도소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저의 놀람은 그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에 놀라는 제 자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 안에 뒤섞여 있는 밀과 가라지를 늘 보면서도 저도 모르게 배어버린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범죄자의 머리에 솟은 뿔을,
혹은 이마의 낙인을 보려했던 것일까요? 법정에서 피의자의 신분으로 선 그의 인격이나 사생활, 심리적 고통은 아무것도
고려되지 않고 발가벗겨집니다. 그의 행적과 말은 증언과 심문에 의해 낱낱이 까발려지고, 추궁당하고,의심받으며 그가 느낄
수치와 굴욕과 불안은 전혀 고려되거나 배려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진술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가장 폭력에 시달려 왔고 그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도
폭력범으로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착하고 열심히 살자고 아무리 결심하고 애써도 전과자로서의 낙인 때문에 냉대와
배척을 당하고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우를 죽인 카인은 하느님의 법에 따라 에덴의 동쪽 놋땅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에덴의 동쪽은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향해 갔던 곳이기도 한데, 이는 지리적 위치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바깥'의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놋'이라는 단어 또한 특정 지명이 아닌, 안식과 평화가 없고 한없는 고독과 소외로 가득찬
비참한 삶의 땅으로 보아야 합니다. 죄가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세상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인지 죄지은
사람이 얼마나 가엾은 존제인지를 깊이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법 없이도 살아왔다는 그래서 이제껏 법정에 갈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제 경박한 농담이 참으로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오정희 실비아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