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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올봄에는 꽃구경 복이 터졌습니다.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꽃 절정시기와 딱 맞아 유명한 봄 꽃을
실컷 구경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샛노란 유체꽃을, 전라도 선운사에서는 피보다 붉은 동백꽃을, 진해에서는 등불처럼
환한 벚꽃을, 그리고 5월인 지금은 제가 가르치는 이화여대 교정에서 연산홍, 철죽, 작약을 원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노는 복을`을 타고났나 봅니다
그 꽃 사이르 깔깔거리며 짝지어 다니는 학생들은 꽃보다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꽃 중의 꽃은 역시 '사람 꽃'입니다
하지만 간혹 기죽어 있는 아이들을 보면 피다만 꽃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졸업을 압둔 학생들은 학업이건
연애건 취업이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며 새내기들을 참 좋은 나이라고 부러워합니다. 자기들은 이미 늦었다면서요
기가 막힙니다. 기껏해야 25살 남짓, 새싹처럼 새파란 나이에 늦었다니요? 그러나 이 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꿈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이대로 뒤쳐지는 건 아닐까?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건 아닐까' 하면서요.
실은 저의 20대도 그랬습니다. 친하던 여고 동창들은 원하던 대학에 가고 번듯한 직장도 다니는데, 대입에 실패한 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너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느라 하루에 20시간 이상 일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하늘이 늘 노랗게 보였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도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했습니다. 힘들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면 반드시 길이 보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30대가 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도 꽃처럼 누구나 일생이 한 번은 활짝 필 때가 있다는 걸 말입니다. 30대 중반,
저도 드디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에 피는 국화처럼 말이죠. 오지여행가로 시작해서 긴급구호팀장을 거쳐 지금은
UN자문위원으로, 대학교수로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면서 살고 있으니 이게 바로 '나의 때'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도 우리 학생들처럼 다름 사람에 비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아닙니다.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듯 사람마다 '피는 때'가 다를 뿐입니다. 어떤 이는 개나리처럼 20대에, 어떤 이는
장미처럼 30대에, 또 어떤 이는 국화처럼 4.50대에 활짝 피어납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때가 올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내공을 쌓고 있으면 됩니다.
교정 가득 눈부시게 피어있는 꽃들을 다시 돌아 봅니다. 우리는 모두 한 송이 꽃입니다. 크든 작든, 흔하든 귀하든 활짝
핀 꽃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꽃을 보고 감탄하며 기뻐하듯, 하느님께서도 제철에 활짝 핀 우리 라는 꽃을 보면 얼마나
기뻐하며 좋아 하실까요? 우리 모두 하느님이 준비하신 때가 오면 눈부시게 활짝 피어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말씀의 이삭》에서
- 한비야 비아 // UN자문위원 이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