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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수도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도 있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수도원은 천국 바로 아랫동네요, 그곳에 사는 수녀님들은 영화에서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천상의 아리아를 부르며 사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천국은 둘째치고, 성가대에 속할만한
목소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래 부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아니라 스스로도 인정하는 음치입니다
그런 제가 저도 모르게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10년 전 한 꼬마 천사가 제맘에 새겨준 노래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학생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해도 해도 늘 같은 자리만 파고 있는 듯한 공부 때문에 지치고, 문화와 성격,
거기다 감정코드까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 생활 때문에 힘든 때였습니다
다들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엉망인 것 같아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한 서류 때문에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살짜리 조카가 엄마보다 먼저 수화기를 집어 든 것입니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없는 수녀 고모지만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조카에게 고마워하며 말했습니다.
" 고모가 엄마랑 할 이야기가 있어, 그러니 엄마 좀 바꿔줄래?" 당연히 '응'하고 엄마를 부를 줄 알았는데 어린 조카는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지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뜬금없이 "고모, 내가 노래 불러줄깨"하더니 말릴 틈도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옹알이하듯 옹알옹알 혼자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멈출 수 없어 그냥 있긴 했지만
조급함이 앞서 무슨 소린지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귀에는 비싼 국제전화요금 올라가는 소리만 크게 울렸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노래가 겨우 끝나자 얼른 조카를
달랬습니다. " 정말 잘하네 이제 엄마 바꿔줄래?" 이번에도 조카는 제 말을 못 들은 듯 대꾸했습니다.
" 고모 다시 불러줄께" 그러더니 그 긴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부르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예 포기하고 그냥 노래를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띄엄띄엄 가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 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두 번의 노래를 방해없이 부른 조카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아주 만족한 목소리로 "고모 안녕!" 하더니 수화기를
턱 놓아 버렸습니다. 끊어진 수화기에서 기계음을 들으며 한참을 황망히 앉아 있었습니다.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 난 사람, 지금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아이의 작은 노랫소리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왔습니다. 누군가 지치고 외로운 제 등을 토닥이며 속삭이는 것 같아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오늘도 제 안에 새겨진 그 노래 한 구절을 흥얼거리며 생각합니다.
우리의 단순한 노래 한 자락이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천상의 노래가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다른 이를 위해
천상의 노래를 부르는 천사가 될 수 있음을 말입니다.
신명희 엠마 // 성바오로수도회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