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벗이여!


오늘은 큰 소리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술 휴유증으로 항상 목청이 불안하였고, 또한 구내염으로 입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기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조용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아픈 입술이고 뭐고

약해진 성대고 뭐고 이렇게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기도할 이유가 어디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소리를 높였더니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붙고 기도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리를 지르자 마치 주님과 성모마리아님께 떼를 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좋았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불아과 걱정이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올랐습니다


 저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행을 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고통은 수동적인 것이지만 고행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바로 의기소침입니다.  나는 하느님을 향해 속삭이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목청이 터져라 큰 소리로 기도할 것입니다.  물론 주님은 귀머거리도 아니고 내가 뭘

기도한다 해도 그 소원을 듣기전에 내 마음을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산 위에 올라가

'야~ 호' 하고 소리를 외치는 사람처럼 소리 소리를 지르며 주님께 매달릴 것입니다

밤도 늦고 집안의 문도 닫혔지만 소리쳐 부르며 떼를 쓰고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차마 모른체하지 못하고

문을 열어 주실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주님!

 내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듣차게 해 주시고

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소서.

내 입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소서.

물이 가득 채워져 잔이 흘러넘치듯, 내 마음이 먼져 가득 넘쳐 그 흘러 넘치는 마음이 비로서 말이 되어

나오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故  최인호 베드로 (작가)

                            유고집 '눈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