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10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 시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사제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또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고 외치면서 사순절의 의미를 각성시켜 주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적 전승으로 보면 하느님과의 만남에 앞서 갖게 되는 긴장된 준비의 시기를 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40주야를 단식하시고,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가 아닌가 합니다.

1970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58.6세, 여성 65.5세였습니다. 2010년 통계에서는 남성이 77.6세, 여성이 84.4세로 40년 만에

평균 수명이 20년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같은 수명 연장과 함께 `죽는 것`에 대한 시선도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 광풍처럼 몰아치던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잘 죽어 가기`로 조용히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 현상의 밑바탕에는 `길어진 수명`이

`양질의 삶의 연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과, 그 때문에 `연명` 차원의 늘어난 삶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죽음의 질` 조사에서 OECD 40개 국가에서 32위를 했을 만큼

`죽음의 질`이 떨어지는 우리 사회의 상황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이제 많은 사람은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자"가 아니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삶으로 준비하는 웰다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속에서 의미를 추구할 때 인간은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이해와 극복은 `죽음을 초월하는 희망`에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은수적(隱修的) 수도회 양식으로 단식, 침묵, 단순 노동 등을 엄격히 준수했던 중세 시대 시토회에서 허용된 유일한 말이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였다고 합니다 죽음을 떠올릴 때 인간의 유한성도 깨닫게 되어 지금의 삶과 현실에 충실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죽음은 얼마나 복된가! 그러나 그러한 죽음을 있게 한 이 세상의 삶은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가!"라고 했던 독일의 신학자 칼 라너 신부의 말이 새삼 가슴에 사무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그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아갑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서울 주보      2016.02.14  사순 제1주일

                                                       `생명의 말씀`    홍인식 마티아신부 // 일원동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