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사제직에로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여 신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부르게 된 교가의 첫 소절입니다.

이 노랫말처럼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늘 돌아보게 됩니다. 

교가와 더불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그러합니다.  

 그분은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 사제이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입니다. 우리 교회가 김대건 신부님을 사제들의 수호성인으로 

기리는 데에는 한국의 사제들이 그분의 삶을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1845년 8월 17일 상해 금가항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되어 1845년 9월 16일 26세의 나이로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님,

박해 앞에 놓인 교우들이 신앙을 지켜가도록, 세상 모든 사람이 구원의 길을 깨우치도록 마지막까지 일깨워 주신 그분은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치셨습니다.  당시 유학파 최고 엘리트였던 김대건 신부님, 배교하겠다는 말 한마니면 세상이 가져다주는

미래가 보장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복음을 증언하기 위한` 순교의 길을 걷기 위해 진세를 버리셨습니다

그런 김대건 신부님의 후배로서 어떻게 하면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 묻게 될 때, 신학교 시절의 시험 문제가

떠오르곤 합니다   

 

  " 사제직은 직무인가? 직업인가?"

 

  사제의 삶을 직무로 받아들이는 것과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즈음 사회에서는 사제직을 여러 직업 중의 하나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범주 차원에서 볼 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제 스스로 또 교우들도 사제직을 직업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직업에는 정당한 대가와 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하지만, 직무라고 여길 때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자체로도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당신이 걸어 가신 길, 그리고 후배들이 걸어가는 사제의 길이 거룩한 `직무`라고 일러 주십니다.

그리고 그 길은 사제들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박해 때처럼 목슴 바쳐 순교하는 길은 아니더라도, 땀 흘려 복음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즈카르야는 하느님을

잊은 요아스 임금과 백성들에게 하느님께 돌아가라고, 하느님의 뜻을 기억하라고 외칩니다.

 

  오늘날 세상에는 하느님이 아닌 수많은 우상이 판치고 있습니다.

 박해는 없지만 하느님을 증언할 기회는 더 많아진 세상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기초한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그분이 주시는 희망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을 전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했던 서품 때의, 세례 때의 첫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님.

주님을 본받으려는 사제들과 교우 모두를 지켜 주소서! 

 

                            - 서울주보  생명의 말씀 7월 3일 

                                                       조성풍 아우구스티노신부님 // 서울대교구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