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마씀

                                            유경촌 티모데오 주교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당신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니요.

목슴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슴을 잃을 것이고, 목슴을 잃은 사람은 또 목슴을 구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루카 9.3)고 하신 것까지는 그래도

이해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자신을 버리라`고 하시네요! 도대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그리고 막상 자신을 버린다면 십자가는 누가 어떻게 지나요?

 

     얼마  전 저는 어떤 분들과의 대화 중에  제가 해야 할 일을 그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안 하겠다고 결심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기에 이기적인 제 `마음`이 끼어 들었던

것입니다. `에이~ 그냥 하지 말자!` 라고 말입니다. 무슨 일이든 자기 마음대로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일인지 , 꼭 해야 할 일인지를

살펴 `無心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 앞에서 `제 마음`은 이것저것을 따집니다. 이 따지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이 마음은 전 반대 방향으로 저를 유혹합니다. 예를 들어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을 `한번 해보라`고 자꾸 부추깁니다.

말하자면 해야 할 것은 못하게 하고, 해서는 안되는 일은 자꾸 하라고 충동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맞겨 주신 삶, 일, 시간,재물 등을 주님 뜻대로 처리하고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자기 마음, 욕심이 개입되어서

자기 좋은 대로만 행동한다면 주님의 뜻을 헤아릴 수도 없고, 그분을 따르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런 마음이 곧 죄입니다. 그러니 그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보면 오늘 주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내 뜻, 내 방식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지, 이웃과 공동체에 필요하고 유익한 일인지를 먼져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에 비추어 내 `마음` 곧`자기를

버리고`, 무심하게 (!)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지요.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는데 , `날마다`라는 구절이 저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세상 떠날 때까지,

저를 버리고 그분을 따를 기뢰가 아직은 남아있음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실패를 오늘은 만회할 기회가 있는 것이니,

오늘이 또한 소중한 은총의 기회입니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화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오늘 복음 말씀에 딱 들어맞는분들이십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애착을 내려놓으시고 오직 주님만을 선택하셨으니 말입니다.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저희도 주님만을 따를 수 있도록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