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30    말씀의 이삭

                                                      하종은 테오도시오 //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트장 

 

 다행이 알코올 중독의 증가세는 둔화되었습니다.  80%에 일렀던 성인 남자 흡연율도 40%까지 감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청소년과 여성에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게임,도박,마약같은

새로운 중독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신종 허브 마약을 하다 발각되어 치료를 받으러 왔던 중학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범생 모습의 소년에게 어떻게

마약을 구할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호기심에 속는 셈 치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봤는데 얼마 후에 정말 택배로 오더라고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박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부 연애인이나 운동 선수의 불법 도박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마튼폰을

통한 불법 스포츠토토를 끓지 못해 내원한 한 고등학생은 `우리반에 절반은 도박할걸요`라고 말해 저를 아연질색하게 했습니다.

 한국도박문제 관리 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3만 명은 도박 중독, 12만 명은 위험군으로 추산됩니다.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2013년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상정되었습니다. 중독 문제에 대해 국가적인 예방,

조기 치료, 관리 사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인터넷 게임이 포함된 것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더니

법률안 자체가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진료실 와서조차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던 환자가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소비적인 논쟁 속에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인터넷 게임은 중독이 안 됩니다". "주류광고를 억제하는 것은 불규칙한 규제입니다".  도박도 산업입니다".라며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우리 사회는 진정한 행복과 영성을 잃고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컴퓨터에 빠져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 우연히 마약을 접하는 바람에 범죄자가 된 가장, 도박에 빠져 큰 빚을 지고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주부를 만납니다.

 중독은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평범한 이웃과 내 가족, 그리고 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이 전국적으로 600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독은 얼마든지 예방, 관리, 치료가 가능한 병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독이

단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비난과 질타가 아닌 존중과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중독 문제를 외면하는 대신, 사회적 담론을 모아 제도적 뒷바침과 체계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쾌락에 빠져 타락한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합니다.

우리에게 그들보다는 나은 용기와 자제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