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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께선 나의 피난처 의지할 곳 주님 뿐 풍파가 심할지라도 내게는 평화있네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2. 내 갈 길 아득히 멀고 나의 힘 기진한데 내본향 집을 향하여 가는 길 비추소서
메마른 우리 영혼에 새생명 주옵시며 주안에 영원한 안식 누리게 하옵소서
말씀의 이삭
前 MBC교우회장 가톨릭심리상담사 //정진민 세례자 요한
고등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 둘 중, 한 친구의 이름은 배두였고 세례명은 베드로였습니다.
우리 셋은 하루라도 안보면 못 견딜 정도로 늘 붙어 다녔습니다.그런데. 2학년 여름방학 때 제가 둘을 부추겨서 해수욕장에 놀러 갔습니다.
거기서 배두와 같은 반인 다른 친구를 만나 넷이서 함께 놀다가, 유난히 키 작은 그 친구가 불어난 밀물 때문에 허우적거리며 "배두야~!"하고 부르자 그를 구하러 갔던 베두는 함께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로 움켜잡고 물속으로 잠기는 장면을 목격한 저는 파출소와 경비정으로 뛰어다니며 애를 썼지만, 결국 하루가 지나서야 사체를 찾았습니다. 부모님들이 모두 오셔서 사태를 수습했고, 사체를 보지도 못하게 한 부모님들 때문에 남은 우리 둘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서 하루 종일 펑펑 울었습니다.
죽음이 그렇게 허무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 어느 곳에도 베드로는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린 허무함'은 '삶과 죽음'에 대한 엄청난 의구심으로 대체되었고, 대학입시도 실패하여 재수를 하면서 철학과를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입학 후, '불교학생회'에 들어가 3천 배를 해야 하는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계를 받아 불심을 다지던 차에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8월 뙤약볕 아래 흙먼지 풀풀 날리는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던 중, 포악한 조교가 실수한 훈련병을 너무도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코피가 터지고, 먼지투성이로 쓰러진 그의 눈이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는 그 순간, 그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하느님, 어찌하여 인간이 이럴수가 있습니까?'라는 처절한 절망의 눈빛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의 머릿속에서 넓은 유리판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지면서 하늘 멀리 사라져 버리는 것과 동시에 " 불성이 인성이라고? 저런 짐승 같은 조교의 인성에서 불성은 무슨 불성~" 이라는 생각과 함께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바로 다음 실내 교육 시간, 저는 등치 큰 동료의 등뒤에 숨어 앉아,50여분 동안 내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울었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한 '한없이 불쌍한 연민'의 어열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슬픔은 하느님이 제게 주신 '사랑의 슬픔'이었고, '또 다른 부르심' 이었습니다. 기쁨을 품고 있는 사랑은 반드시 슬픔도 간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사랑을 잃었을 때 우리는 더욱 슬프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많이 기뻐하셨지만, 눈물도 많이 흘리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다"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