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한차례 쏟아진 뒤에

다시 햇볕의 잔치판이다


비 맞은 흔적을 지우려고

새잎을 반 삠즘 내민 감나무가

빗물을 털고 일어서자

마늘밭에 줄지어선 마늘순이 덩달아 몸을 떤다

비의 기억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는 듯

돌멩이는 돌멩이끼리 모여 이마를 내어 말리고

돌 틈 사이 풀들도

가는 손을 뻗어 볕을 쬐려고 옹송거린다

이 빠진 옹기,

오래 전부터 퍼질러앉은 확독,


둥근 입이 몸인 것들이

온봄으로

고요히 빗물을 받쳐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