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않는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위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르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는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 (소설에서는

이<그런데 갑자기>와 자주 마주치게 마련인데, 작가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 인생이란 그처럼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숨을 멈추었다 ...... 그는 오페라글라스에서 

눈을 떼고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에취!!! 보다시피 재채기를 한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 어디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농부도

경찰서장도, 때로는 심지어 국장님도 재채기를 한다. 누구나 재채기를 한다. 채르뱌코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수건으로

얼굴을 훔친 다음 예절 바른 사람답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재채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친 건 아닐까? 한데 저런, 당황스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는 앞의 첫 번째 줄에 앉았 있던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목을 장갑으로 열심히 닦으며 뭐라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다.  채르뱌코프는 그 노인이 운수성에 근무하는 브리잘로프 장군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저분에게 침이 튀었어!)

채르뱌코프는 생각했다.

(우리 부서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곤란하게 됐군, 사과를 해야지)

채르뱌코프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장군의 귀에다 속삭였다. 

"용서하세요 각하, 제가 침을 튀겼군요, 본의가 아니었습니다만......"

"괜찮아요, 괜찮아........"

"제발 용서하십시오, 저는 그저......저도 모르게!"

"아, 앉으세요 제발! 공연 좀 봅시다!"

채르뱌코프는 머쓱해서 바보 같은 미소를 짓고 다시 무대 쪽을 보았다. 보기는 봤으나, 행복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휴식시간에 그는 브리잘로프에게 다가갔다.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그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더듬더듬 말했다.

"제가 침을 튀겼습니다. 각하......용서하십시오, 전 그저...... 다만......"

"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아직도 그 얘기요!"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신경질적으로 아랫입술을 떨었다.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있는 걸.)

 채르뱌코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장군을 흘깃거렸다.

( 말도 안하려고 하네, 내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을 해야 될 텐데......, 재채기는 자연의 순리라고 말이야,

안 그러면 내가 일부러 침을 튀긴 거라고 생각할 거야.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하더라도 나중에 그러겠지!)

  집에 돌아 온 채르뱌코프는 아내에게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했다. 그가 보기에 아내는 이 사건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브리잘로프가 다른 부서 사람임을 알고는 안심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가서 사과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안 그러면 당신이 사람들 있는 데서 예절도 못 차린다고 오해할 테니!"  "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사과를 했는데도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어...... 한마디 대꾸도 없더라고, 하긴 제대로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지만"

 다음날 채르뱌코프는 새 관복을 차려입고 말끔하게 면도한 다음 브리잘로프에게 해명하러 갔다. 장군의 접견실에 청원자가

많이 보였고 그들 틈에서 바로 그 장군이 벌써 접견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군은 몇몇 청원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에 눈을 들어 채르뱌코프는 보았다.

"기억나실런지 모르겠지만, 각하, 어제 아르카지이 극장에서" 회계원은 여쭙기 시작했다.

"제가 재채기를 했습죠만......, 그래서 본의 아니게 침을 튀겼습니다......, 죄송하......"  

"그 무슨 쓸데없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요! 선생은 무슨 일이시죠?" 장군은 다음 청원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말하기 싫다 이거군!)  채르뱌코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가 났다는 얘기야......, 아니,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되겠어......, 해명을 해야지......) 장군이 마지막 청원자와 면담을 끝내고

내실로 향하려할 때,  채르뱌코프는 황급히 그를 쫓아가며 중얼거렸다.

"각하! 제가 감히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된 이유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참회의 감정 때문입니다! 본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제발 알아주십시오!"  장군은 울상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보세요, 날 놀리자는 겁니까, 뭡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놀리다니 무슨 말이지?" 채르뱌코프는 생각했다.

(놀리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장군은 이해를 못하시는군! 그렇다면 좋아, 더 이상 이런 오만한 인간에게 사과하지 않겠어!

맘대로 해보라지! 편지를 쓰는거야, 찾아가지 말고! 젠장 안 찾아가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체르뱌코프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편지는 쓸 수 없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무슨 얘기를 써야 될지 몰랐던 것이다. 결국 다음날 장군에게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각하, 저는 어제 와서 폐를 끼친 사람입니다만" 장군이 그를 의아한 눈길로 처다보자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 그건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놀리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만 재채기를 하고 침을 튀긴 것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려는 것이었지, 놀리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각하를 놀리겠습니까? 만약에 제가 웃었다면 그건

높으신 어른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죠, 제가 설마......"

"꺼져!!"  장군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빽 질렀다.

"뭐라고요?" 체르뱌코프는  두려움에 질려서 속삭이듯 물었다.

"꺼지라니까!!" 장군은 발을 구르며 되풀이 말했다.

  체르뱌코프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 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